<프리즘> 러브 푸어 시대
포스코 뉴스룸(포스코신문)
2014년 12월 11일
전쟁, 혁명, 학문적 성과, 혁신 등 인류 발전의 역사는 사랑의 역사다. 《난중일기》와 《세종실록》을 보면, 성웅 이순신 장군도, 한국의 자랑 세종대왕도 사랑의 힘으로 역사를 이뤄냈다. 요즘 외모지상주의, 물신주의가 판치고, 살기 힘들다고 얘기를 하는 건 사랑의 힘과 의지가 약해졌기 때문이다. 요즘 카 푸어, 하우스 푸어라고들 하는데, 우리는 러브 푸어(love poor·사랑의 실패자) 시대에 살고 있다.
사랑이 없는 사회에서는 사건 사고가 다발한다. 서로에게 관심이 없기 때문에 남의 삶을 엿보고 보듬어줄 여유가 없는 거다. 사고가 충분히 예견된 상황에서도 그저 남의 일, 상대방 책임으로 치부하고 지나간다. 사랑이 메마른 사회에서는 공부를 잘하면 무조건 의대를 지원하거나 사법고시를 본다. 재력과 권력이 있어야 짝을 잘 만나고 행복하게 산다고 믿기 때문이다. 사랑이 재력과 권력으로 대체되고 있는 거다. 요즘 우리나라 출생률이 낮은 건 반드시 경제적 이유나 서로 일이 많아 바쁘기 때문이라고만 할 수 없다. 부부간 사랑이 예전처럼 애틋하지 않아 부부애의 상징인 자식을 낳을 의미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연애와 결혼은 따로’라는 말이 당연시되고 있고, 결혼은 사랑의 깊이보다 물질적인 조건에 이끌려 이루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5년을 열애했지만 번듯한 직장을 잡지 못하자 헤어지거나, 상대 집이 알고 보니 별 볼일 없음을 알고 단칼에 이별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의 상대와 헤어지고 더 나은 조건의 상대와 결혼을 한다고 해서 지금보다 더 행복해진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진정한 사랑은 ‘제로’다
테니스에선 스코어를 부를 때 피프틴 러브(15:0), 서티 러브(30:0) 등 제로를 러브로 부른다. 진정한 러브는 제로다. 서로 똑같이 주고받아 제로가 되는 것이다. 한 쪽만 일방적으로 주거나 삼각관계는 사랑으로 성립할 수 없다. 성공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것처럼 진정한 사랑, 참사랑, 가슴을 울리는 사랑도 의지를 가지고 노력해야 달성한다. 불같은 사랑이지만 시간이 지나 사그라지는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라 할 수 없다. 부모와 자식 간 사랑과 같이 시작부터 죽을 때까지 평생 유지해야 진정한 사랑이라 할 수 있다.
색의 3요소 중에 채도가 있다. 채도란 보통 순하다, 탁하다로 언급되는데, 흰색이나 검은색의 포함량에 따라 다르다. 빨강과 파랑처럼 색은 완전히 달라도 채도가 같을 경우 두 색을 같이 배치해도 어색하지 않고 어울린다. 베네통의 강렬히 대비되는 색깔들이 의외로 잘 매치되고 거부감이 덜한 이유는 바로 채도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스펙보다는 채도(마음) 맞추는 사랑
사랑이 왜 실패하는가. 보통 직업·학력·재력 등을 고려한 같은 색깔을 찾기 때문이다. 같은 색깔을 지닌 사람들 중에 채도가 비슷한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기도 하지만 같은 색끼리는 서로 반사한다. 같은 색끼리는 조화를 이루지 못하기 때문에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대학 내에서 교수들이 스스로를 잘났다고 여기기 때문에 서로 잘 어울리지 않는 경우와 같다. 옷을 고를 때에 세련되고 멋진 스타일을 원한다면 재킷·와이셔츠·바지·넥타이의 색을 같도록 하기보다는 색이 달라도 채도가 비슷하도록 해야 한다. 여기에 애틋한 사랑을 만드는 비결이 있다.
기본적으로 남녀는 서로 다른 색이다. 여기에 직업·학력·재산·신체·외모 등 스펙이 개입되면 남녀는 더욱더 다른 색이 된다. 이런 가운데 같은 스펙, 즉 같은 색의 짝을 찾으려 한다면 이는 부자연스러워 필히 사랑의 실패자가 되고 만다. 주위에 그러한 사례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스펙이 달라도 채도가 비슷하거나 서로 채도를 맞추려 노력하면 ‘제 눈의 안경’이 될 수 있다. 서로 채도(마음)를 맞춘 피부색을 초월한 사랑,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 사랑, 대졸자와 국졸자 간 사랑은 빛이 날 수밖에 없다,
왜 가슴 떨리는 애틋한 사랑을 하지 못하는가. 첫눈에 반하고 죽을 때까지 지속하는 사랑은 불가능한가. 사랑의 승리자(love rich)는 돈, 외모, 권력과 관계없이 사랑을 유지하는 사람들이다. 가슴을 울리는 사랑을 시작하고 지켰을 때 사회가 안정되고 기업이 발전하고 가족이 평화롭고 개개인이 행복하다. 맘에 드는 색깔(스펙)을 찾지 말고 비슷한 채도(마음)를 지닌 짝을 찾아보자. 사랑은 채도를 맞춰가는 거다.
오피니언 원문 바로가기 : http://www.posco.co.kr/homepage/docs/kor5/jsp/news/posco/s91fnews003v.jsp?menuCatId=0958&idx=28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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